그의 모든 것이 빨간, 괴물이자 소년인 게리온의 자서전. 헤라클레스의 10번째 노역의 희생자로 사라졌던 신화 속 게리온은 장미의 비명을 듣는 섬세한 소년으로 다시 태어나 ‘자신의 주인이 된 순간들’을 찾아나선다. 캐나다 출신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번역가, 고전학자인 앤 카슨이 신화의 파편으로 만들어낸 ‘시로 된 소설’

빨강의 자서전 Autobiography of Red (1998)
지은이 : 앤 카슨
옮긴이 : 민승남
한겨레출판 (2016)

다른 인간과 대립함으로써 자신의 행위들이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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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온은 자신이 놀라웠다. 그는 이제 거의 매일 헬라클레스를 만났다.
둘이 나누는 자연의 순간이
그의 세계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고갈시켜 낡은 지도처럼
바스락거리는 유령들만 남겼다.
p. 62

우린 경이로운 존재야.
게리온은 생각한다. 우린 불의 이웃이야.
서로 팔을 맞대고,
얼굴엔 불멸을 담고, 밤을 등지고 나란히 서있는 그들을 향해
시간이 돌진하고 있다.
p.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