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일은 다시 인간의 생각과 또 다른 인간의 생각, 그리고 또 다시 그들의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일이다. 늘 이 감정 간의 간극에는 물리적인 신체가 맞닿는 일, 그 직선적 부딪침으로는 가닿을 수 없는 미묘하고도 다양한 층위의 세계가 존재해 그 세계를 건너뛰어서는 오롯이 다른 한 존재를 인식할 수 없는 이유가 그로부터 나온다.

詩의 언어는 응축된 감정의 발로로, 세계와 만나는 일, 그 간극의 깊이를 짐작이나마 할 수 있도록 하는 생의 또 다른 소통 체계이다. 이 서재를 감히 내보이고자 한 것은 내가 세계와 만나기 시작했을 때, 일상의 언어, 아니 인간의 언어 체계로 가 닿을 수 없는 그 깊은 계곡을 내 안에 스스로 깎아 내려갔던 내 修鍊의 路程이기 때문이다.

황보유미의 추천도서 | 시인 김경주의 시집나는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