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얼은 음악을 참 잘 쓰는 감독이다. 클래식 음악과 재즈 음악에 두루 조예가 깊고 사진을 찍는 시선도 남다르지만 일견 이질적이고 상이해 보이는 감정 사이의 연결점을 추구하고 발견하여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실로 드문 사람이다. 영상 감독으로써 음악에 대한 그의 남다른 이해는 여러 다른 생각과 주제에 따른 음악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점들이 서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풍요롭게 하는 성격을 가질 수도 있음을 깨달았던 데서 오는 듯하다.

 

유대얼이 입힌 음악은 다르다. 생각이 그러하듯 음악 역시 작은 디테일을 정확하게 조직한 결과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얼은 언제나 열린 자세로 또 사랑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들었고 오래 사색한 음악적 지식을 동원해 연주자의 의도와 접근법을 이해하려 늘 애쓴다. 악기와 연주자에 주목하는 다섯 편의 음악영화가 그렇고 장애인 국가대표 양궁선수에게 로봇다리를 개발하여 제시하는 현대자동차 브랜드 필름의 음악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Morgen ‘내일’을 선택한 것, 그리고 배우 탕웨이가 등장하는 바닷가 씬에서 그녀의 얼굴을 줌인 하여 살피는 장면에 말러 교향곡 5번 아다지에토, 사랑의 악장을 흐르게 한 것도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 러시아의 장엄한 풍경을 마주하고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떠올리는 건 유대얼에게 있어서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숙고의 산물이다. 작곡가의 심중으로 들어가 그 동기를 이해하고자 한 시도였을 것이다.

 

음악에는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있는 요소란 없다. 삶처럼 그저 끊임없이 체험할 뿐이다.
영상에 음악을 배경으로 쓰는 상하관계 대신 포용을 택한 그의 신념 또한 음악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었다. 품격을 간직한 언어로 만들어진 영상들이다. 오로지 유대얼만이 찾아낼 수 있는 뜻하지 못한 발견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최인선


音樂남자 : 유대얼의 아다지에토
▶2월19일 수요일 19:30
1부. 영화감독 유대얼
<더 브라스 퀸텟>, <에튀드, 솔로>, <트리오> 상영
2부. 바이올린 정덕근, 피아노 이한얼, 호른 김형일 연주
▶2월26일 수요일 19:30
1부. CF감독 유대얼
2부. 광고에 삽입된 음악 집중감상
기획 및 진행 : 최인선
장소 : 보안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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