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낭독극

열 살 무렵,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보았던 도시.
한때 아버지가 수감되었던 도시, 그 도시의 이름. 진주.
“나는 꼭 이해하고 싶었어. 이제, 그곳에 가서 이야기할게.
모든 것을. 이 모든 것을.”

장혜령 소설 『진주』의 출간 기념 낭독극이 보안클럽에서 열립니다.


“민주화운동은 ‘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문학적 사건이 되었다.
허구가 아니다. 후일담 문학이 아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의 르포이고, 지금의 시이고, 지금의 신화다.”
-김혜순 시인

“저는 차학경의 『딕테』처럼, 『진주』를 문자가 아닌 소리로 썼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보이지 않고 기록되지 않았으나 없는 것은 아닌 존재들의 작은 역사를 쓰고자 했습니다.”

– 작가 인터뷰에서


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편지

이 책 『진주』는 이름 없는 민주화운동가였던 아버지의 과거, 그런 아버지를 둔 자신의 시간을 찾아가는 딸의 이야기입니다. ‘진주’는 한때 아버지가 수감되었던 도시의 이름이자, 제가 열 살 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보았던 도시의 이름입니다.

어린이였던 저는 세상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자라났습니다. 어머니, 학교 선생님, 아버지의 동지들은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하셨는데, 정작 아버지는 쫓겨 다니고 도망 다니고 그러다가 감옥에 갇히는 삶을 살아야 했으니까요.

아버지는 제 삶에 부재로서 실재했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 대신 일하거나 면회·집회를 가는 동안, 유년의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습니다. “너는 왜 아빠가 없어?” 하고 묻던 반 아이들에게 비밀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그저 한참을 혼자 뛰거나 울며 부조리한 현실을 지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아이로 지냈습니다. 가난하고 고독했지만 슬프지만은 않았습니다. 가난과 고독은 마치 자신의 형제처럼 일찍이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가족에게 돌아와 평범한 가장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귀환 이후에도 저는 부재했던 아버지와 살았습니다. 부재했던 아버지는 돌아온 아버지를 초과하는 존재였습니다. 부재하지만 실재하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습니다. 보이지 않고 기록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존재들의 역사. 그것이 제가 겪은 한국의 현대사이며, 지울 수 없는 자신의 밑바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른 둘, 저는 진주로 향했습니다. 돌아온 다음 이 책의 초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간,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제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홀로 껴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온몸이 타 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 시간을 정면으로 통과하지 않는다면 한 발짝도 더 내딛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 삶의 이야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요. 제 기억은 분명 고유한 것이었지만, 찢기거나 소실된 페이지가 많았습니다. 저는 그것을 마치 잘 복원된 기록처럼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애초 파손되었다면 파손을 드러내는 형식으로 쓰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원천이 되는 자신의 기억이란 실로 타자와 더불어 존재한다는 것을. 또한 듣는 당신을 향해 말을 건넬 때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로서 성립한다는 것을.

일시: 2020년 2월 2일(일) 17:00 (약 1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낭독자: 장혜령, 배수아, 최현지
참가비: 1만원
장소: B2 보안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