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회귀  PLAY BACK

대안공간의 20년과 신생공간의 10년, 그리고?   

원제가 <PLAY BACK>이고 한국어로는 <원점회귀>로 번역된 레이몬드 챈들러의 마지막 장편소설엔 허무주의의 정서가 흐릅니다. 사건의 전모를 밝힌 탐정 말로는 지치고 피곤한 상태에서 ‘텅 빈 벽과 무의미한 방과 무의미한 집’으로 돌아옵니다. 술을 마실 의지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 니힐리즘으로 가득한 이야기는 챈들러와 말로의 나이듦과 상관합니다. 젊고 생기넘치는 어떤 지점에 말로는 ‘깨끗한 벽과 편안한 방과 사랑하는 나의 집’으로 돌아와 술 한잔을 하며 흥미진진한 내일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반복되는 모든 일에 지친 나이 든 노탐정은 이제 모든 것이 무의미하기만 합니다.

 

대안공간의 역사를 말하자면 미국을 기점으로는 50년, 한국을 기점으로는 20년이 됐습니다. 대안을 논하는 대안공간은 더 이상 대안을 위한 공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20년이 지난 아직까지 대안공간으로 남아있다면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데 실패한 셈입니다. 성공적인 대안의 모델을 제시한 공간은 그간의 활동을 통해 많은 작가와 기획자를 배출해내며 기성공간으로 자리매김하거나 문을 닫았습니다. 1999년과 2009년을 한국의 대안공간 1세대의 활동 기간을 정리할 수 있다면, 2010년부터 2020년을 대안공간 2세대, 즉 신생공간의 활동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그 움직임을 정리하고 다음 세대의 활동방식에 영향을 주거나 받게 될까요?

 

이번 전시와 컨퍼런스는 대안공간과 신생공간 모두, 그 공간이 탄생하면서 질문했던 대안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면서, 현 시점에 필요한 대안을 재고민해 보는 자리입니다. 공간의 탄생이유부터 유지방식까지 재고해보기 위한 인터뷰와 그에 대한 답변들을 공유하면서, 향후의 대안들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의도적으로 원점회귀를 함으로써 원점회귀를 막아보려는 방식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그려보려 함입니다. 허무주의로 흐르지 말자고 중간에 점을 찍어보는 계기를 마련해 한번 더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보자는 제안입니다

 

 

• 전시일시 : 10월 20일 ~ 24일

• 컨퍼런스 : 10월 20일 오후 3시 ~ 7시

• 관람시간 : 오후 1시 ~ 6시

• 장소 : 보안클럽

• 주최/주관: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 문의 : boan1942clu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