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Woo Chul
room 42 ‘Seogwipo’

The room 42 will be filled with a beautiful collections of objects arranged by Jang Woo Chul. We suggest you to stay one night at room 42 named as ‘Seogwipo’ by him.

장우철 <스틸라이프>
보안스테이 42번방 ‘서귀포’

통의동 보안여관 신관2층, 보안스테이 42번방
2018. 2. 1 – 2. 11
12 – 19 p.m

 

보안스테이의 42번방은 이번 전시기간 동안 그의 컬렉션으로 채워집니다. 2월 1일 – 11일 중 하루 장우철의 방 ‘서귀포’에 머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장우철의 노트를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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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서울이구나. 오랜만에 생각한다. 창밖으로 연합뉴스빌딩부터 경찰청까지 펼친듯 밤의 불빛들이 나란하다. 그 사이 남산타워도 조금 높이 있다. 2002년에 이화동 406호로 이사했을 때, 창밖으로 고개를 쭉 내밀면 간신히 남산타워가 보였드랬다. 나는 그걸 자랑으로 삼았다. “너네 집에서 남산타워 보이니? 남산타워 안 보이는 집도 서울이니?” 지금은 새로 생긴 한의원 건물에 막혀 이화동에서는 남산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턴가(그때라고 해두자) 나는 서울에 산다는 생각을 아주 가끔씩만 하게 되었는데 오늘같이 이런 곳에서 하룻밤 청하는 날, 여기가 서울이지 싶어서 웃는다. 웃지, 나는 결국 그래.

공연히 포트에 물을 끓이다가 뚜껑을 열었더니 창에 김이 서린다. 창밖엔 춥지 않은 플라타너스가 있다.

이 방에는 좁은 창 두 개와 넓은 창 두 개가 있다. 서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니까, 동쪽으로 난 창에 아침이 굉장하겠지. 새벽종이 울린다면 빗자루를 들고 앞마당을 쓸러 나갈지도 몰라. 서울의 아침. 서울의 추운 아침. 아직은 1월이다.

깜박 졸았다가 일어나니 머리 위로 이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금세 이 방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나가서 여행자처럼 두리번대다 만만한 식당을 골라 오징어랑 밥을 먹고 들어오니, 이 방이 더 좋아졌다. 불을 켜지 않는다. 좋은 잠을 잔다.

2월 1일부터 열흘간 전시회를 연다. 지금 하룻밤을 보내고 있는 이 건물의 2층에서. 그러니까 여기는 4층, ‘보안스테이’의 42번 방이다. 전시회 기간 동안 나는 이 방에 몇 가지를 더하거나 덜어내어 ‘서귀포’라는 이름을 잠시 달아주려 한다. 부디, 어울리는 사람들이 이 방에서 하룻밤씩 부드러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예약은 보안스테이 홈페이지에서. @boanstay